회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지난 현장들의 자료를 찾는 것이었다.
거의 없었다.
35년 동안 아버지가 지은 집들. 수백 채의 현장이 있었지만, 정리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견적서는 현장마다 흩어져 있었고, 완성된 집의 모습을 따로 모아 둔 적도 없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이유를, 아버지 곁에서 일하며 조금씩 알게 됐다.
손이 기억하는 사람
아버지에게는 기록이 필요하지 않았다. 35년의 현장이 손에 익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자재가 시간이 지나 어떻게 변하는지, 어디서 시공이 어긋나기 쉬운지 — 적어 두지 않아도 다음 현장에서 같은 판단을 반복하지 않았다.
오래 일한 사람의 손은 그렇게 기억한다.
입소문이 다음 현장을 데려왔다
기록을 남길 이유가 하나 더 없었다.
35년 동안 다음 일은 늘 앞의 집에서 왔다. 한 집을 끝내면 그 집의 가족이 친척을, 이웃을, 친구를 소개했다. 광고가 필요 없었고, 포트폴리오를 펼쳐 보일 일도 없었다. 잘 지으면 다음 현장이 따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35년 동안 “보여 주기 위한 기록”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집을 고치기 전에 검색부터 한다. 어떤 회사가 어떻게 짓는지, 끝난 집은 어떤 모습인지, 사람들은 화면으로 먼저 확인한다.
아버지의 손이 기억하는 35년은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그 기억이 손안에만 있으면, 이제는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설계를 맡은 내가 적고, 35년의 시공을 맡은 아버지가 확인한다. 손이 기억하던 것을 글과 사진으로 옮기는 일 — 그게 이 기록의 시작이다.
인스타그램 @samjeon2019 도 그 무렵 함께 열었다.
손은 기억한다. 기록은 그것을 남긴다.